Mia Kyoungmi Lee
이경미

  

CITY CRACK

    코로나19가 남기고 간 질문. 2022     
    ︎︎︎왜, 지금, 혐오와 이주인가? (Text)    
    1인을 위한 테이블, 함께에 관한 물음들. 2021
    ︎︎︎적절한 간격들, 1인분의 삶. (Text)   
    도시를 만드는/도시로 만들어진 감정의 지형들. 2020
    ︎︎︎주체와 자리, 새겨진 감정들. (Text)  
    가상의 음식지형과 도시의 틈새들. 2019
    ︎︎︎1인 미디어에서의 먹기와 음식지형들. (Text)  
    ︎︎︎비통제의 플랫폼, 고가하부와 1인 미디어. (Text)


PUBLIC PUBLIC
    2045 거주(불)가능도시. 2024
    ︎︎︎ 에너지학교. (Seminar)    
    ︎︎︎ 새들을 위한 기념비. (Workshop)
    ︎︎︎ 일렉트립. (Local Trip)    
   신흥동 표류기 Records of Drift in Shinheung. 2023
   Document the Undocumented. 2022
   소멸지역 피칭데이. 2022
  

점점점 프레스 Gemgemgem Press
    박혜수 비평집. 2024
    ︎︎︎질문하는 사람. (Web page)
    ︎︎︎A Questioner. (Web page)
    로컬 매거진. 2024-


10000 ARTS 10000 ACTS

    ?THE NEXT!. 2022-23
    New Play, New Connection, New Normal. 2020-21
    ︎︎︎누가 광장을 두려워하랴? (Text)   
    ︎︎︎고립된 서사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법. (Text)
    ︎︎︎당신의 마음을 방역해 드립니다. (Text)   
    ︎︎︎포럼: 공공에서 공감으로. (Video)
    ︎︎︎아카이빙 북. (Publication)
    Playful - 고가아래 신나는 예술놀이터. 2019
    ︎︎︎해방된 놀이의 예술. (Text)
    옥수역 고가아래 공공예술 Playful. 2018
    ︎︎︎경험으로서의 예술: 골목에서 고가하부까지. (Text)  
    성수동 골목에서 즐기는 공공미술. 2017


토론극장: 우리_들 Forum Thatre: URI

    여기, 관객들이 있다. 2020 (Text)
    출판물 <토론극장: 우리-들>. 2020 (Publication)
    토론극장 2021 리뷰. 2021 (Video) 
    토론극장 9-10막. 2022 (Project)


금천아티스트랩 Geumcheon Artist Lab

    14인의 목소리 14 Voices from Here. 2022
    ︎︎︎만남과 대화가 만들어내는 예술. 2022 (Text)
    ︎︎︎이들이 금천이다. 2022 (Video)
    계란후라이, 선홍빛, 나, 골드베르크. 2021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 2021 (Text)
    ︎︎︎웨비나-토크 프로그램. 2021 (Video) 
    금천아티스트랩. 2021-2022 (Website)


작은 테이블과 큰 물음들 Small Table, Big Question

    작은 테이블과 큰 물음들. 2020-2021 (Website)
    참여 기획전<TranstopiaⅠ>. 2021 (Video)
    성남 원도심과 개인을 가로지르는 것들. 2021 (Text)


사라지지 않는 1

    태평 빈집 프로젝트. 2019 (Exhibition)
    성남 원도심을 만들어 온 개인들을 찾아서. 2019 (Text)
    국제 학술지 리뷰 <Public Art 公共艺术>. 2021 (Text)


하얀 벽의 고백 Voices from the Walls
     전시 구성. 2023 (Exhibition)
     전시 서문. 2023 (Text)


TEXT

    횡단하는 천川으로 땅의 도시를 감각한다는 것. 2023  
    도시의 미래를 '지금 여기'의 삶으로. 2023
    얽힘의 장면들. 2023
    몸의 좌표에서 해방되는 과정의 예술. 2023
    미미한 것들의 이름을 찾는 여정. 2023
    비행기 소리의 소리의 소리: 소리에 체화된 기억. 2023
    공공예술을 말할 때 이야기 하지 않는 것들. 2022
    식탁 위의 예술 Art on the Table. 2022
    창발하는 순간들을 조우하며. 2022
    미래도시를 잉태하는 장소로서의 건축적 공간. 2021    
    다른 존재 되어 보기. 2021    
    인간과 기계, 공진화하는 주체들. 2021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2021
    불완전한 감각의 공간. 2020 
    새로운 ‘모뉴먼트’를 향하여. 2020 
    의미가 있던 자리. 2020 
    당신의 상상을 품은 달. 2020
    비가시적인 삶들이 조우하는 소리의 풍경. 2020
    실험의 공간, ‘유리-거울’ 건축. 2018
    맥락이 지워진 공간에 대한 탐색. 2016
    그것은 나타나지 않을 것. 2016
    좀 더 어두운 숲 A bit more darker forest. 2016
    시간의 향기 The Scent of Time. 2014    
    바람 불면 When the wind blows. 2014 
    자연스러운 Natural. 2014 
    발견하는 사람, 예술가. 2011
    도시적 공간에 대한 오마주. 2011
    The Simple Life Part 2. Pastoralism. 2011
    A Pictorial Scene. 2011


UPCOMING

    이주, 혐오, 코로나, 서울, 암스테르담. 2022- (Project)
    질문하는 사람 - 박혜수 비평집 발간. 2022-2024 (Publication)
    CITY CRACK #5. 2023 (Publication)
 

ABOUT 

Copyright © 2021-2024, Mia Kyoungmi Lee, All rights reserved.



Mark

CITY CRACK
1인 미디어에서의 먹기와 음식지형들
Eating in Personal Media and Virtual Foodscapes



음식사진을 SNS에 공유하거나 먹기의 콘텐츠를 1인 미디어를 통해 유통하고 이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현상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먹기 혹은 먹기의 이미지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단순히 개인의 차원이 아닌 현재 사회의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지표이다. 브르디외Pierre Bourdieu는 일찍이 그의 저서 『구별짓기』에서 음식 기호가 취향을 대변하고, 감성과 쾌락을 지배하는 이러한 일상의 실천들이 사회적 분류체계로 작동한다고 보았다.[1] 도시연구를 위한 사회학적 방법론 중 하나인 ‘음식지형 foodscape’[2] 역시 도시 내에서의 음식환경과 제도적 배치, 문화 공간들과 음식과의 관계를 매개하는 담론들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개념으로 음식과 사회적 구조와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한다.[3] 그렇다면 TV에서의 쿡방이나 먹방과는 차별화된, 유튜브YouTube나 아프리카TV 등 1인 미디어[4] 내에서 먹방Mukbang의 유행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속화되는 현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왜 음식과 먹기(Eating)인가?

1인 미디어(개인미디어)는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로 미디어 전문가나 조직에서 벗어난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미디어 활동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있는 활동을 지칭한다.[5] 따라서 실제로는 ‘음식’으로 파생되는 콘텐츠 말고도 뷰티, 게임, 요리, 일상(브이로그) 등과 같은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선보인다.[6] 그러나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먹는 행위와 먹는 모습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 동시에 사회적인 영역으로서, 지속적으로 미디어의 주요 콘텐츠로, 또한 우리 삶에서 개인과 사회를 잇는 매체로서 계속 다루어지는 주요 소재이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라이프스타일을 소재로 삼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행은 이러한 사적인 영역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애, 결혼, 살림, 육아, 직장 및 학교생활 등에 관한 참여관찰 프로그램들을 통해 우리 삶의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7]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음식을 코드로 한 미디어 콘텐츠는 1980년대 전통 요리 프로그램에서부터 2000년 푸드 라이프스타일 전문채널(현 O’live Network)의 개국, 2000년대 중후반 맛집 탐방과 여행음식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거듭해왔다. 특히 2009년 이후 대세가 된 ‘먹방’은 2014년 정점 이후 1인 미디어로 옮겨갔으며, 매스 미디어에서는 2015년 ‘쿡방’으로 진화하였다. 2008년 국내의 대표적인 1인 미디어인 아프리카TV 개국 시점 이후 먹방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고, 2016년까지도 1인 미디어에서 언급된 단어 1위[8]를 차지하였다는 점은 1인 미디어에서 콘텐츠로서 먹방의 중요성을 시사한다.[이미지 참고] 그렇다면 1인 미디어에서 먹는 행위에 대한 소비 현상은 왜 두드러지는가? 그리고 이러한 유행이 사회에서의 음식의 역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1인 미디어 연관어와 언급량 비교 출처: CBS노컷뉴스 [빅데이터]나도 해봐? 1인 미디어 관심 '먹방'에서 '뷰티'로, 2018년 10월 28일, 다음소프트 제공


푸드 포르노? 식탐 관음증?

보편적으로 먹방은 서구에서의 ‘푸드 포르노(food porn)’[9] 개념과 비슷하게 “식탐 관음증(gastronomic voyeurism)”[10]으로 묘사되곤 한다. “‘푸드 포르노’로 재현된 음식은 “타인이 먹는 것을 볼 뿐, 자신은 먹지 못하는” 음식으로서, “도달할 수 없고” “먹는 대상이라기보다 가지고 노는 외설적인” 것으로 대상화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해외 미디어의 시각으로 본 한국 인터넷 ‘먹방’ 개인방송은 무한경쟁 사회에서 억압되고 소외된 개개인의 욕망이 그로테스크하고 다소 변태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안진, 최영, 2016)[11].” 또한 현대 사회에서 다이어트 압박에 시달리던 이들에게는 대리적 폭식(vicarious gluttony)이라는 측면도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영국 허핑턴포스트 2013년 12월 18일자 기사 Mok-Bang: Food Porn Dinner Trend Sees South Koreans Live Streaming Meals (Brogan Driscol) 이미지 일부


한편, ”동시대적으로는 경제불황이 야기하는 소비 위축과 소비 자본주의의 팽창이라는 모순적인 두 힘들이 충돌하는 ‘신자유주의적인 문화’ 환경에서 음식지형(foodscape, 원문에서는 ‘음식전경’으로 번역)은 먹기가 하나의 노동으로 흡수, 문화, 재공식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이 있다.“(김예란, 2017)[12] “디지털 시대에는 재능과 노동과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이전 세대와 달리 분명히 구분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문화 테크놀로지의 소비 과정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노동과 오락이 계속적으로 교차되는 다층적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온라인 먹방이 발생하고 활성화된다(나은경, 2015)”[13]는 분석도 더해진다. 이러한 분석들은 과식 먹방 등 노골적으로 먹는 행위의 ”육체성“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거나 먹방의 산업적인 측면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 경우라고 생각된다.[14]


정서적 결핍과 사회적 식사법

그러나 1인 미디어에서의 먹방은 음식을 정보전달의 물질(substance)로서 바라보거나 개인의 억압된 욕망의 모순된 일탈행위 혹은 하위문화로서의 저항성을 지닌 행위로만 논하기에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일상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주요한 과정으로서의 먹기라는 행위를 배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중반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의 연구자들의 먹기와 관련된 콘텐츠 연구를 보면, ‘먹방’과 ‘쿡방’의 트렌드를 변화하는 가족구조, 즉 비혼 등으로 인한 1인 가구 증가의 결과물로 분석한다.[15] 따라서 먹방의 인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실제 삶과 연결하여 사회문화적 배경 및 사회심리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구원수별 구성비율 추계(1980-2035)
출처: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 각년도, ‘2010 인구주택총조사 잠정집계 결과’ 보도자료 ; 2015년 이후 미래 추계는 통계청 ‘장래 가구추계 2010-2035’,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2013에서 재인용

1인 가구 생활자의 심리적 요건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2014: 나은경, 2015에서 재인용


근 30년간 1인 가구 비율이 4배 정도 증가한 상황은 가족의 해체로 이어지고, 1인 가구의 심리적인 불안과 외로움이 가장 주요한 심리적 요건으로 자리한다. 이러한 사회적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일시적인 탈출구이자 누군가와 함께하는 식탁의 자리로서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먹기의 사회적 차원과 감정의 사회적 차원들이 특히 하나로 묶이는 곳이 바로 가족이라는 맥락이다. 음식에 대한 믿음과 행동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발전되고 가족 단위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 럽턴 (2015),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 중 -

실제로 한국에서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장면에서 먹방처럼 개인의 식사장면을 클로즈업한 장면으로의 변화는 “집단형”에서 “개인형“ 콘텐츠로의 변화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는 점차 모바일을 통한 혼자 즐기는 콘텐츠의 부상과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나은경, 2015).[16]

이와 같은 관점에서, 2016년 10월 CNN에 실린 ‘Do you know mukbang?’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는 ‘먹방’의 형태를 일종의 새로운 ‘사회적 식사법(social eating)’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먹기와 관련된 온라인상의 각종 미디어의 동영상을 모두 ‘먹방’이라는 한국말로 범주화하고 있는 이 기사에 대해 국내 평론가는 “‘먹방’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특이한 소통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유대 관계도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지금 세계 각국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먹방’은 그것을 즐기는 대중과 영상물의 내용 사이의 거리를 없애면서 더욱 가깝게 개인적 체험의 영역으로 파고든다.”[17]


개인화의 과정으로서 존재의 미디어

1인 미디어 내에서의 ‘먹방’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에서의 ‘먹방’을 “음식을 나누어 먹는 간접행위”(김형우, 2015)가 벌어지는 온라인 공간이자, 음식을 먹는 이들과 시청자 사이의 “다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가상의 음식지형(virtual foodscapes)”(나은경, 2015)으로 규정[18]하는 관점에 더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1인 미디어에서 방송은 일방적인 방송의 송출이 아닌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개진되면서 프로그램과 콘텐츠의 방향이 전개되기도 하며, 일종의 만남의 장으로서 개인이 “개인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1인 미디어에서의 먹방은 음식을 매개로 가상 네트워크 공간에서 미디어를 통한 개인들의 타인 그리고 사회화 소통방식을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1인 미디어 혹은 1인 미디어에서 개인이 어떠한 모습으로 관계맺음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그리고 도시의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 사용자인 ‘개인’은 단독자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네트워크로서의 ‘관계’에 놓여야 한다(이희은, 2019).”[19]

피터스(John Durham Peters)에 따르면 오늘날 1인 미디어가 중요한 이유는 개인이 주도하는 특정한 ‘의미’가 담겨 있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제도화된 미디어에 담기지 못했던 많은 표현들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1인 미디어는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혹은 그 둘이 혼합된 환경에서, 산업적이거나 산업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존재하며 설계되며 감각을 활용하는 행위가 시공간적으로 새로운 관계와 조합을 이루는 역사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1인 미디어는 그저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미디어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개인화’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20] 그러므로 1인 미디어 내에서의 먹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미디어를 물신화하는 산업적인 관점이나 먹는 행위 자체가 지닌 콘텐츠만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오늘날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삶의 조건들이 어떻게 1인 미디어와 관련을 맺고 있는지 탐색하는 일이 필요하다(이희은, 2019).”[21]


온라인 공공장소에서의 친밀하고 내밀한 경험,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

1인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사적 자아의 공개적 노출을 전제로 한다. 즉 가상 네트워크 공간에서 개인의 사적인 요소들이 대중적인 시각화의 대상으로 소비되고 향유되는 방식이다.[22] “공개적으로 사적”(Papacharisis, 2010)인 이 관계의 체계는 그러나 기존의 미디어와는 분명히 다른 작동방식을 갖기에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1인 미디어 특유의 방식이란 라이브 영상 시청을 중심으로 채팅을 통해 실시간 BJ와 시청자들의 쌍방향 소통이 진행되며, ASMR과 같이 사운드가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과 채팅을 통해 방송의 주체인 BJ와 관객(시청자 집단)이 서로 대화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불특정 다수인 시청자집단 간에 소통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 낸 상상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은 온라인상의 공동체를 탄생시킨다. 이러한 가상공간의 ‘공동체’란 공통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낯선 개인들이 모여 인터넷 공간에 구축된 네트워크로서,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로 규정된다. 이 ‘네트워크된 개인주의(networked individualism)’에서는 개인을 원자화하고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 등의 사회적 집단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상호작용의 주체가 변환되면서, 불특정 다수 개인들끼리의 더 내밀하고 밀착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23] ‘먹방’의 경우 구체적으로 ‘시청공동체’로 규정할 수 있는데, 혁신적인 미디어 환경을 통해 시공간의 한정성을 탈각한 시청행위는 방송 콘텐츠의 소비 경험을 언제든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시청과 불특정 다수와의 채팅을 통해 쌍방향 소통하는 ‘사교적/사회적 시청’ 특성이 있다. ‘충분한 구성원 수, 인간적 정서, 지속성 있는 공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자들은 충분히 ‘가상공동체’의 공동체성을 획득하고 있는 동시에 이를 실천하고 있다.[24]
가상 청각 공간의 덧붙임 방식
출처: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글로벌문화콘텐츠』, 24 (2016), p.280


한편 ASMR 같은 청각적인 요소의 활용도 먹방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음식을 씹고, 음료는 따르는 각종 소리들의 깊이감은 소리에 따라 물체의 위치와 거리감을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청각공간(Auditory Space)을 만들어 내며, 이는 수신자에게 시각 이상의 새로운 가상공간을 체험하게 한다. 청각적 요소를 통해 후각적, 미각적, 촉각적 감각까지의 감각의 확장을 가능케 한다. 그런데 이 ’소리‘는 크고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속삭임으로 대표되는 작은 소리로 귀 가까이에서 증폭되어 수용자들에게 전달된다. 속삭임은 공적인 영역에서는 비효율적인 의사소통으로 인식되지만 한편으로는 친밀한 관계에서 가능한 ’속삭임‘의 행위는 우리에게 집으로 대변되는 사적인 공간과 그 내밀함을 연상시킨다(육주원, 권은아, 윤신웅, 2018).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내밀한 경험이 누구나 오고갈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온라인 상의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다는 지점은 유의미한 분석이다. 이는 최근 미디어들이 보여주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혼재 경향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도시적 삶 안에서 장소들의 정체성, 그리고 관계맺음의 방식들과도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 CITY CRACK#1 ‘가상의 음식지형과 도시의 틈새들’ 수록글 (2019)





[1] 부르디외는 예술에 대한 취향 뿐만 아니라 가구를 사들이는 취향, 패션감각과 더불어 음식의 소비 역시 일상의 문화로서 사회적 분류체계로 작동함으로써 사회적 지배를 강화시키고 사람들의 저항의식을 억압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홍성민, 『취향의 정치학: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읽기와 쓰기』, 현암사, 2012, p.42

[2] 본 연구서에서는 ‘먹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협의보다는 개인미디어라는 가상 네트워크 상에서 진행되는 ‘먹기’의 코드가 지닌 사회적인 함의에 주목하고자 ‘가상의 음식지형(Virtual foodscape)’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나은경 연구자가 1인 미디어 기술과 관련한 ‘가상의 온라인 음식지형(virtual foodscapes)’ 언급하였으며, 안진, 최영 역시 이를 ”음식을 먹는 이들과 시청자 사이의 다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가상의 음식지형(virtual foodscapes)”으로 재인용하며 규정하였다. 나은경, 「먹는 방송과 "요리하는 방송" 음식 미디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학적 탐색: 텔레비전 먹방/쿡방 유행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뉴미디어 이용 요인」. 『사회과학연구』, 28(1) (2015), p.207; 안진, 최영,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공동체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방송학보』 30, 2 (2016), p8.

[3] Norah Mackendrick. “Foodscape”, Contexts(Vol.13), No.3, p.16.  [http://contexts.sagepub.com. DOI 10.1177/1536504214545754]

[4] 1인 미디어 생산자들의 폭발적인 증가는 넷플릭스, 유튜브, 아프리카 TV 등 기존 매스미디어 대신 인터넷 기반의 대안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과 함께 한다. 주 활동 무대인 유튜브는 2018년 현재 동영상 공유 서비스 세계 1위이면서 방문자 수로도 세계 2위의 플랫폼으로, 현 기업가치가 1천600억 달러(약 180조 원)로 추산된다. 2021년에 유튜브가 미국 광고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TV 광고 점유율은 현재 40%에서 29%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성철(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1인 미디어 시장의 동향과 시사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MSIT 웹진 (2018년 8월호) [https://www.msit.go.kr/webzine/posts.do?postIdx=345]

[5] 이희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개인’의 의미에 대한 탐색적 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93 (2019), p.51.

[6] 2018년 현재 국내 1인 미디어 창작자는 3,200여 팀으로 추산되며, 2016년 1,400여 팀 대비 1,800여 팀 증가(약 129% 증가)된 것으로 파악된다. 「1인 미디어 산업 활성화 방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년 8월 30일 자)

[7] 나은경, 「먹는 방송’과 ‘요리하는 방송’ 음식 미디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학적 탐색: 텔레비전 먹방/쿡방 유행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뉴미디어 이용 요인」. 『사회과학연구』 28, 1 (2015). p.184. ; 도시에서 공공영역과 사유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임시공간 또한 빈번하게 출연하며, 이는 도시 공간의 간이적이고 임시적 성격, 즉 ‘포스트-잇 도시(Post-it City)’와도 연결된다는 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슬기, 「공공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변화 및 도시공간 속 장르의 변화양상 고찰-뉴욕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사학보』 (2012), p.347.

[8] “[빅데이터] 나도 해봐? 1인 미디어 관심 '먹방'에서 '뷰티'로”, CBS노컷뉴스 (2018. 10. 28.)[https://news.v.daum.net/v/20181012163301592?f=m 참고 이미지 (다음소프트 제공)]

[9] 2013년 12월 18일자 허핑턴포스트(huffingtonpost) 영국판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먹방 트렌드를 소개하며 푸드포르노로 규정하였다. 주로 여성BJ에 의해서 진행된 먹기 방송으로 한정지어 소개되었으며, 비교적 초창기의 1인 미디어 먹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Driscol, Brogan. “Mok-Bang: Food Porn Dinner Trend Sees South Koreans Live Streaming Meals” The Huffington Post UK (2013. 12. 18.),
[https://www.huffingtonpost.co.uk/2013/12/18/food-porn-live-stream-dinner-mok-bang_n_4465548.html?guccounter=1]


[10] 미국의 CNN 방송뉴스가 2014년 1월 30일에, 프랑스 르몽드가 2014년 1월 27일에 각각, 한국의 인터넷 먹방 현상에 대한 분석을 앞다투어 내놓기도 했다. CNN 등의 미국 언론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1인 가구 증가에 더하여, 한국사회에 만연한 다이어트 열풍 및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 확산 등의 원인을 제시하였고, 유사한 맥락에서 르몽드는 "한국의 1인 가구 급증과 여성들의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에 먹방이 외로움과 결핍의 해독제와 같은 작용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은경, 「먹는 방송’과 ‘요리하는 방송’ 음식 미디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학적 탐색: 텔레비전 먹방/쿡방 유행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뉴미디어 이용 요인」. 『사회과학연구』 28, 1 (2015). p.185.


[11] 안진, 최영,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공동체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방송학보』 30, 2 (2016), p.11.

[12] 과식 먹방에 초점을 맞춘 연구자 김예란은 인간의 감각과 정동의 영역과 관련된 ‘육체성’과 인터넷과 SNS를 포함한 디지털 네트워크 영역과 연관되는 ‘동영상’의 결합을 ‘육체적 동영상(carnal video)’이라고 일컫는다. 김예란, 「인간-기계-동물의 다양체: 과식 먹방 사례로 본 육체적 동영상에서의 감각과 쾌락 정동」. 『커뮤니케이션 이론』 13, 1 (2017), p.100.


[13] 나은경, 「먹는 방송’과 ‘요리하는 방송’ 음식 미디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학적 탐색: 텔레비전 먹방/쿡방 유행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뉴미디어 이용 요인」. 『사회과학연구』 28, 1 (2015). p..206.


[14] 먹방의 하위문화적 특성, 즉 저항과 전복의 의미에 주목한 연구들에서는 인터넷에서 시작된 먹방은 음식의 영양과 정성, 신체의 건강담론 등 기존 음식문화가 가진 지배적 코드를 쉽게 배반한다고 분석한다. 대신 먹방 BJ들은 인스턴트 음식, 불량식품, 편의점 음식 등 고칼로리의 자극적인 음식을 혼자서 처량하게 먹거나 식사예절을 뒤엎은 채 지저분하고 역겨운 방식으로 먹는다. 문영은, 심지수, 박동숙, 「“내가 좋아하는 먹방 BJ는요……” 먹방 시청 경험에 대한 해석적 연구」. 『언론과 사회』 25, 2 (2017), p.64. ; 한편 유명 BJ들이 초창기 아프리카TV에서 시작하여 유튜브로, 일부는 CJ ENM의 다이아티비(DIA TV)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1인 미디어가 지닌 자본과의 관련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논지의 흐름을 위해 이 관점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15] 2015년 10월 20일 자 영국 데일리메일지의 기사에서는 “‘외로운’ 남한 사람들('lonely' South Koreans)”이 주 관객층이라고 본다. 기사에서 한 인터뷰이는 온라인 먹기가 1인 가구의 젊은 개인들이 전통적이고 사회적인 식사시간의 만남을 경험하는 방식(online eating is a way for these individuals to experience a more traditional and social meal-time encounter)이라고 설명한다. Belinda Grant Geary. “Meet South Korea's binge eating TV stars: Thousands of 'lonely' viewers tune in to watch young women gorge on enough food to feed a family in one sitting” Daily Mail Austria (2015. 10. 15.)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3280245/Meet-South-Korea-s-binge-eating-TV-stars-Thousands-mukbang-viewers-tune-watch-young-women-eat-food-feed-family-one-sitting.html]

[16] Ibid., p.197.

[17] 권영민(단국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 “[동아광장/권영민]‘먹방’의 시대” (2016. 10. 29.)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61029/81061666/1] ; 기사원문 Karla Pequenino. “Do you mukbang? It's the new form of 'social eating‘” CNN (2016. 10. 21.) [https://edition.cnn.com/2016/10/20/health/vegans-go-mukbang-in-new-social-eating-trend/index.html]) 기사에 따르면 2016년 10월 현재 750개가 넘는 먹방(영어로는 eating broadcasts) 영상이 존재하며, 이 현상은 2014년경 한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되었다고 한다.

[18] 안진, 최영,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공동체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방송학보』 30, 2 (2016), p.8.

[19] 이희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개인’의 의미에 대한 탐색적 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93 (2019), p.39.

[20] Ibid., p.57.

[21] 이희은은 1인 미디어의 현상 뿐만 아니라 1인 시위, 1인 가족, 1인 경제(우버) 등의 맥락을 포함한 개인성과 ‘1인성’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개별 단위로서의 개인성이 전체와 맺는 관계, 즉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속에서의 개인성에 대한 고찰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Ibid,, p.63

[22] 김예란, 「인간-기계-동물의 다양체: 과식 먹방 사례로 본 육체적 동영상에서의 감각과 쾌락 정동」. 『커뮤니케이션 이론』 13, 1 (2017), p.96.

[23] 카스텔(Castells, 1996)이 주창한 전자 미디어 시대의 ‘네트워크된 개인주의(networked individualism)’ 관련해, 레이니와 웰먼(Rainie & Wellman, 2012)은 ‘네트워크된 개인주의’가 개인을 원자화하고 소외시켜 사회적 연결망을 해체하는 것이 아닌, 이전의 사회적 관계와 매우 유사하게 긴밀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레이니와 웰먼은 가족이나 이웃 등의 사회적 집단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상호작용의 주체가 변환된다고 주장한다. 안진, 최영,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공동체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방송학보』 30, 2 (2016), p.7.

[24] 먹방을 보면서 채팅으로 소통하는 ‘시청과 채팅의 결합’은 친구나 가족들과 동일한 공간에 함께 있지 않더라도 방송 콘텐츠의 소비 경험을 언제든 공유할 수 있는 ‘사교적 시청’ 혹은 ‘사회적 시청’의 형태로 설명한다. Ibid.,p.18.

[25] ASMR 방송은 청각이라는 경험을 통해 수신자가 시각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던 기존의 아프리오리적 세계에 새로운 아포스테리오리적 레이어를 덧씌우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수신자는 하나의 실존적 존재로서 가상 공간을 인지하는 깊이감을 확대하고 다양한 감각을 통해 실존성을 확장시키게 된다. 연구자는 ASMR 방송을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공간을 기능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기존의 세계에 대한 반작용적인 관계들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고착된 질서를 교란시키는 일종의 일탈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글로벌문화콘텐츠』, 24 (2016), p.279.

[26] 육주원, 권은아, 윤신웅, 「디지털 돌봄과 친밀감 : 한국 ASMR의 콘텐츠 특성과 커뮤니티 사례 연구」. 『인문콘텐츠』 48(2018.03), p.338.
[27] Ibid., p.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