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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타나지 않을 것
- 최수인 작업론
최수인 작가는 심리상태에 기인한 감정과 태도,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계를 극화(劇化)시켜 여러 가지 형태의 미장센을 캔버스 위에 유화로 그려내고 있다. 언뜻 풍경화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자연을 무대로 폭발과 같은 기이한 현상과 인물들의 감정적 동요를 형상화한다. 작가에게 나무와 같은 자연물은 감정상태와 이로 기인한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내는 매개체로써, 표현주의적인 붓질과 과감한 면 처리를 통해 이 풍경은 구상과 추상이 뒤섞인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그것은 나타나지 않을 것’ NO – SHOW>에서는 불에 대한 미미한 ‘망상’을 갖고 있는 작가 본인에 더욱 집중하여, 불안한 심리와 이러한 상태를 회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방어기제, 그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둘러싼 관계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전시장 내에서 출품작들이 주체와 무대 등으로 나뉘어 서로 상응하며 관계를 만들어 낸다.
작품 <파티1>, <구름 아래 우주선>, <배신당한 나무>는 불의 이미지가 드러나는 연소와 폭발, 우주선 형상을 통해 상징되는 탈출과 회피, 방어기제를 동원하는 대상들의 몸짓 등이 서로 엉켜 연출된 무대를 보여준다. 형체를 식별하기 어려운 화면 속 혼란스러운 장면은 감정의 왜곡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작가 본인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제목에서처럼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편 이와 대조되는 공간인 <만들어진 장소>는 시끄러운 사건이 없는 평온한 상태의 심리적 풍경으로, 이상적인 모습인 동시에 인위적이고 불가능한 상태임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작품 <말리는 사람을 계속해서 의심할 것>과 <무릎을 꿇어라>는 이 모든 그림 속 상황들을 상상하고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주체에 대한 그림으로서, 우화 속 동물들처럼 ‘털북숭이’ 형상으로 표현된다. 무릎을 꿇는 과장된 행위를 통해 감정의 왜곡에 대한 방어적 태도를 표면에 드러내고자 한다.
최수인 작가의 회화 작업은 명확한 내러티브나 구체적인 형상을 화면에 제시하기 보다는 “추상적인 사물들과 동물적인 움직임들”로 구성된 비논리적인 상황을 표현주의적인 회화 기법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 풍경”은 감상자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심리적인 동요의 순간과 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전달하며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