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어두운 숲 A bit more Darker Forest
- 박광수 작업론
박광수는 드로잉을 근간으로 평면작업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상, 입체작업에 이르기까지 드로잉을 다양한 범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1 A SPACE COLONY』 (2011년)와 최근 전시 『검은 바람, 모닥불 그리고 북소리』 (2015년) 등 현대 대중영화 속 스펙터클의 요소를 집약하거나 음악을 가미한 애니메이션 영상작업을 통해 드로잉의 현대적 변주와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한 바 있는 작가는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좀 더 어두운 숲(A bit more Darker Forest)>에서는 평면작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박광수 작가의 전시 주제이기도 한 ‘어두운 숲’은 2014년 『Walking in The Dark』 전시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에 등장하기 시작하여 이번 전시에서 심화된 형태로 전시된다. 출품작 <검은 숲 속>에서와 같이, 작가의 작품에서 숲은 빼곡한 나무들로 인해 등장인물이 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복잡한데, 그에게 숲은 미지 생물의 원초적인 생명력이 꿈틀대는 날것의 장소로 꿈과 현실의 경계이며 이성의 영역 이전의 무의식이 자리잡은 공간이다. 짧고 긴 선들의 반복으로 윤곽선이 불분명한 작가의 드로잉 스타일을 최적화한 이 공간은 풍경과 대상의 경계와 구분이 흐트러져 등장인물이 배경에 녹아 들거나 풍경 안에 숨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숲에서 사라진 남자>처럼 분할된 공간에서 인물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파편화된 공간과 기억에 대한 작업은 2012년 『Man on pillow』와 2013년 『반 허공』 전시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꿈에서 비롯된 연작들에서 출발된 것으로, 작가는 파편화된 공간을 통해 숲 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불안과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의 심상을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무엇보다도 형식적 일관성이다. 작가가 직접 나무 젓가락에 스폰지를 끼워 제작한 수제펜으로 그린 검정 드로잉은 반복적으로 점과 선을 덧대는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손(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얻어낸 이미지는 주체가 대상을 관찰하듯 시각적으로 명료하다기 보다는 “대상을 손으로 더듬어 느끼는 인상처럼 흐릿하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작가의 그리기 방식과 경계와 구분이 사라진 작가의 공간(숲)이 만난다.
박광수 작가는 컬러를 철저히 배제한 먹색의 굵고 얇은 선들을 반복적으로 긋는 행위를 통해 작가는 다양한 인물과 동·식물 이미지를 구현하고,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 특히 숲을 주무대 삼아 논리와 이성의 세계 이면에 놓인 긴장감을 전달한다. 그는 종이 위에 선을 긋는 가장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요소만 평면 위에 남겨 놓음으로써 구상성과 추상성을 동시에 작품에 부여하고, ‘선을 긋는’ 반복적인 행위 자체가 전달하는 입체적인 감각을 선사하며 드로잉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