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a Kyoungmi Lee
이경미

  

CITY CRACK

    코로나19가 남기고 간 질문. 2022     
    ︎︎︎왜, 지금, 혐오와 이주인가? (Text)    
    1인을 위한 테이블, 함께에 관한 물음들. 2021
    ︎︎︎적절한 간격들, 1인분의 삶. (Text)   
    도시를 만드는/도시로 만들어진 감정의 지형들. 2020
    ︎︎︎주체와 자리, 새겨진 감정들. (Text)  
    가상의 음식지형과 도시의 틈새들. 2019
    ︎︎︎1인 미디어에서의 먹기와 음식지형들. (Text)  
    ︎︎︎비통제의 플랫폼, 고가하부와 1인 미디어. (Text)


PUBLIC PUBLIC
    2045 거주(불)가능도시. 2024
    ︎︎︎ 에너지학교. (Seminar)    
    ︎︎︎ 새들을 위한 기념비. (Workshop)
    ︎︎︎ 일렉트립. (Local Trip)    
   신흥동 표류기 Records of Drift in Shinheung. 2023
   Document the Undocumented. 2022
   소멸지역 피칭데이. 2022
  

점점점 프레스 Gemgemgem Press
    박혜수 비평집. 2024
    ︎︎︎질문하는 사람. (Web page)
    ︎︎︎A Questioner. (Web page)
    로컬 매거진. 2024-


10000 ARTS 10000 ACTS

    ?THE NEXT!. 2022-23
    New Play, New Connection, New Normal. 2020-21
    ︎︎︎누가 광장을 두려워하랴? (Text)   
    ︎︎︎고립된 서사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법. (Text)
    ︎︎︎당신의 마음을 방역해 드립니다. (Text)   
    ︎︎︎포럼: 공공에서 공감으로. (Video)
    ︎︎︎아카이빙 북. (Publication)
    Playful - 고가아래 신나는 예술놀이터. 2019
    ︎︎︎해방된 놀이의 예술. (Text)
    옥수역 고가아래 공공예술 Playful. 2018
    ︎︎︎경험으로서의 예술: 골목에서 고가하부까지. (Text)  
    성수동 골목에서 즐기는 공공미술. 2017


토론극장: 우리_들 Forum Thatre: URI

    여기, 관객들이 있다. 2020 (Text)
    출판물 <토론극장: 우리-들>. 2020 (Publication)
    토론극장 2021 리뷰. 2021 (Video) 
    토론극장 9-10막. 2022 (Project)


금천아티스트랩 Geumcheon Artist Lab

    14인의 목소리 14 Voices from Here. 2022
    ︎︎︎만남과 대화가 만들어내는 예술. 2022 (Text)
    ︎︎︎이들이 금천이다. 2022 (Video)
    계란후라이, 선홍빛, 나, 골드베르크. 2021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 2021 (Text)
    ︎︎︎웨비나-토크 프로그램. 2021 (Video) 
    금천아티스트랩. 2021-2022 (Website)


작은 테이블과 큰 물음들 Small Table, Big Question

    작은 테이블과 큰 물음들. 2020-2021 (Website)
    참여 기획전<TranstopiaⅠ>. 2021 (Video)
    성남 원도심과 개인을 가로지르는 것들. 2021 (Text)


사라지지 않는 1

    태평 빈집 프로젝트. 2019 (Exhibition)
    성남 원도심을 만들어 온 개인들을 찾아서. 2019 (Text)
    국제 학술지 리뷰 <Public Art 公共艺术>. 2021 (Text)


하얀 벽의 고백 Voices from the Walls
     전시 구성. 2023 (Exhibition)
     전시 서문. 2023 (Text)


TEXT

    횡단하는 천川으로 땅의 도시를 감각한다는 것. 2023  
    도시의 미래를 '지금 여기'의 삶으로. 2023
    얽힘의 장면들. 2023
    몸의 좌표에서 해방되는 과정의 예술. 2023
    미미한 것들의 이름을 찾는 여정. 2023
    비행기 소리의 소리의 소리: 소리에 체화된 기억. 2023
    공공예술을 말할 때 이야기 하지 않는 것들. 2022
    식탁 위의 예술 Art on the Table. 2022
    창발하는 순간들을 조우하며. 2022
    미래도시를 잉태하는 장소로서의 건축적 공간. 2021    
    다른 존재 되어 보기. 2021    
    인간과 기계, 공진화하는 주체들. 2021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2021
    불완전한 감각의 공간. 2020 
    새로운 ‘모뉴먼트’를 향하여. 2020 
    의미가 있던 자리. 2020 
    당신의 상상을 품은 달. 2020
    비가시적인 삶들이 조우하는 소리의 풍경. 2020
    실험의 공간, ‘유리-거울’ 건축. 2018
    맥락이 지워진 공간에 대한 탐색. 2016
    그것은 나타나지 않을 것. 2016
    좀 더 어두운 숲 A bit more darker forest. 2016
    시간의 향기 The Scent of Time. 2014    
    바람 불면 When the wind blows. 2014 
    자연스러운 Natural. 2014 
    발견하는 사람, 예술가. 2011
    도시적 공간에 대한 오마주. 2011
    The Simple Life Part 2. Pastoralism. 2011
    A Pictorial Scene. 2011


UPCOMING

    이주, 혐오, 코로나, 서울, 암스테르담. 2022- (Project)
    질문하는 사람 - 박혜수 비평집 발간. 2022-2024 (Publication)
    CITY CRACK #5. 2023 (Publication)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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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CITY CRACK
주체와 자리, 새겨진 감정들
Urban Subjects, Places, and Emotions carved into a city 



도시는 바쁘고 초조하다. 늘 변화를 요구당하고 개별화된 삶을 추구하도록 설계되는 도시 앞에서 개인들은 속수무책이다. 하루아침에 사라지거나 변화하는 골목과 동네들, 다른 곳으로 밀려나거나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대신하여 유입된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들. 절망과 희망, 기대와 실망이 엇갈린다.

1960년대 후반 처음 형성된 성남 원도심은 도시 개발의 논리가 사적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들이 삶을 만들어간 곳이다. 이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이곳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크고 작은 사(史)적인 사건과 개인의 이야기가 만나 지층이 누적되는 사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자 믿음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로 비롯된 감정은 생각을 발화하도록 영향을 준다. 사회적 감정론을 바탕으로 주체들과 장소들, 그리고 기억과 더불어 공유하는 감정에 대해 논해 봄으로써, 보다 근본적으로 태평동과 성남 원도심에 관해 사유해보고자 하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는 앞으로 예술이 이 지역에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지에 대한 하나의 키가 될 것이다.  


태평동 좁은 골목의 장면들

코로나19 방역과 쓰레기 무단투기 지침에 관한 캠페인 문구사이로 건물 1층 통유리 앞에 붙은 ‘임대’ 딱지는 새로운 누군가를 절실히 기다린다. 다른 건물 2층에는 이삿짐을 내리는 인부들이 보이고, 행복주택 공사현장에는 “건립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골목 터줏대감 할아버님의 대문에는 “재개발로 부자동네, 가로주택 결사반대“ 슬로건이 빛 바랜 채 붙어있다. 집 앞에 주차한 차를 빼 달라고 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새로 만들어진 소규모 주차장은 유료라고 불만이다. 수퍼 앞 골목에 돗자리를 깔고 모인 아주머니들은 가내수공으로 양말작업을 진행하고, 골목 코너의 돌계단과 평상에는 늘 그맘때 모이는 동네 노인분들이 반려견과 함께 무료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일상의 풍경 안에서 목도할 수 있는 태평동의 장면들에는 여러 주체들이 등장한다. 집주인과 세입자, 학생과 성인, 원주민과 이주노동자, 회사원과 자영업자, 노인과 젊은이, 전통적인 젠더로서의 남성과 여성, 1인가구와 결혼가족, 급격한 개발 지지층과 느린 속도를 원하는 주민 등 다양한 개인들. 그들은 여러 주체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장소들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공공의 의제를 품고 있는 공적공간이자 무수한 개인의 이해가 투영되는 사적공간의 집합체, 도시. 끊임없이 들끓고 있는 현재의 성남 원도심 태평동은 그래서 단순한 설명으로는 불가능한 복잡한 성격을 갖는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욕망, 가치관들로 충돌하는 지금-여기의 사람들은 어떤 인식으로 삶의 터전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들의 생각 너머에 존재하는 복잡다단한 공통의 감정들은 무엇인가? 이를 통해 도시의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을까?[1]

감정 발현의 구조


공통의 기억과 경험으로 형성된 감정들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증오, 연민 또는 동정심, 시기, 질투, 희망 죄책감, 감사, 수치심, 혐오, 사랑···. 감정이란 일반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어떤 자극에 의해 생겨나는 마음이나 기분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인지주의를 주장하는 철학자 누스바움에 따르면 감정은 단순한 육체적/정서적 반응을 넘어선다. 감정은 우리 자신의 사고나 평가, 계획과 연관되며, 대상/상황을 주체가 ‘바라보는’ 방식에 기초한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해석과 일정한 믿음에 의해 감정이 발현되는 것이다. 특히 모든 대상이나 상황이 아니라 주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선별되는 것이므로, 그 관계의 중요도에 대한 판단을 포함하는 것이다.[2] 요컨대, 가족, 친구, 커뮤니티, 국가 등의 관계 내에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통념과 인식, 교육, 가치관, 개념들 등 외부적인 환경의 영향과 상호작용하며 쌓아 올려진 믿음과 해석에 의해 감정은 만들어진다. 이러한 이론을 토대로 하면, 한 도시와 커뮤니티에서 누적된 공통의 기억과 경험은 개인적 서사의 층위와 더불어 주민들에게 일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집단적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한편 이 감정들이 형성된 외부환경적 요인을 분석하고 사람들의 감정에 내재한 믿음 또는 판단, 사고를 검토하는 것이야 말로 도시 내부의 주체들과 그 공동체를 이해하는 유효한 방법론이 될 것이다.


도시로 만들어진 감정: 분노, 두려움, 불만, 선망과 좌절감

  • 분노(憤怒):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 부당하게 가해진 손상에 대한 믿음을 수반하며, 부당함을 바로 잡으려는 목적을 지닌다.
  • 두려움: 미래에 곧 닥칠 수 있는 나쁜 가능성들에 대한 믿음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이제 성남 원도심과 태평동에서의 감정 지형들을 살펴보자. 실제로 이 지역은 1960년대말 서울 도시계획에 따라 위성도시로서 형성된 시점에서부터 여러 시기동안 단계별로 차별과 배제를 당하거나 비교되는 상황을 겪어왔다. 공동체의 존립과 개인의 욕망이 뒤섞이면서 분노와 두려움, 선망과 질시, 좌절감과 적대시와 같은 감정이 발현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였다.

1968년부터 성남의 원도심에 조성된 대규모 주택단지인 광주대단지는 최초의 수도권 신도시를 표방하였으나 실상 국가에 의해 진행된 도시빈민들의 강제이주 성격에 가까웠다. ‘선입주 후건설’로 생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노출된 철거민들에게 분양된 20평의 땅은 큰 소용이 없었다.[3] 암울한 현실은 그들에게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을 것이고,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박탈당한 이들에게 분노는 당연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한편 최초의 이주민들로부터 분양증을 사고 유입된 전매입주자들 역시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분양대금 일시불 납부 등의 정책으로 경제적인 손실을 보게 되는 상황에 크게 분노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으로 유발된 분노의 감정은 폭발적인 행동으로 변환되어 광주대단지사건이라는 최초의 도시 빈민 봉기를 낳았다.

  • 수치심(羞恥心): 스스로를 부끄러워 느끼는 마음
  • 불만(不滿): 마음에 흡족하지 않음.

그러나 누적된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은 집단내에 전염되고 현재진행형의 모습으로 다시 도시를 구성한다. ‘광주대단지 사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이 “거론되는 것이 싫다”거나 “주동자들이 조직폭력배였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한 기사에서는 광주대단지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 <난장이 마을>(문유심 감독)의 해외 수상을 전하여 2017년 연극 <황무지>와 더불어 성남이 아닌 제3자에 의해 이 사건이 알려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4]

유일환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8.10 광주대단지사건을 기억하며」 기사 이미지


이처럼 광주대단지사건을 드러내려 하지 않거나 선을 그으려고 하는 태도는 이 기억이 빈곤의 역사를 들춰내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나태하고, 부도덕하며, 가치가 낮은 존재’라는 사회적 평가로 인해 ‘수치심’의 감정이 연결된다. 그리고 자기 안의 수치심은 자주 다른 사람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싶은 욕구를 유발하며, 취약한 사람과 집단에 낙인을 부과하기 위해 모욕을 주는 행위로 이어진다.[5]

그래서일까? 실생활에서 빈번이 일어날 법한 골목의 이슈에 큰소리가 먼저 들리고, 불만과 민원이 폭주한다. 2018년도에는 지자체 중 민원이 가장 많은 도시(2019)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제기된 민원 중 상당수가 신흥·상대원·태평동 등의 원도시 재개발과 위례·분당·판교 등 신도시의 지하철·트램·버스·공동주택 문제가 차지하고 있다.“[6] 이는 90년대 분당이라는 신도시 개발로 인해 원도심이 주변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배제되는 과정과 연결된다.

  • 선망(羨望): 부러워하여 바람.
  • 질시(疾視): 밉게 봄.
  • 좌절감(挫折感): 계획이나 의지 따위가 꺾여 자신감을 잃은 느낌이나 기분.

90년대 초중반에 건설된 분당신도시는 9만 7,500가구에 달하는 규모로 세종특별자치시 건설 전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신도시였다. 이 지역으로 많은 자본이 몰리며 자연스레 원도심과 신도시는 철저히 분리되고 지속적인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주택의 노후화와 단독·다가구 단독 주택비율이 높은 특성[7]으로 인해 녹지와 채광의 부족, 구릉지형의 좁은 도로로 인한 주차난 등 원도심의 태생적인 한계로 인한 주거환경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신도시의 발전을 선망과 질시, 좌절감으로 목도했을 것이다.

2000년대 태평동에서 잠시 학창시절을 보내다 분당으로 이사를 갔던 한 주민은 친구들에게 원도심에서 살다 왔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헌학자 김시덕의 저서 『갈등도시』(열린책들, p.446)에는 모란 시장의 남자화장실에 적힌 낙서 문구 “성남 거지새끼들 분당 넘어오지마”가 소개되어 있다. 송파구-성남시-하남시에 걸친 위례신도시 입주민들 사이에는 “송파 위례”와 “그냥 위례”로 불리운다고 한다. 이 모든 현재의 이야기들은 90년대에서부터 아니 그 이전 광주대단지로부터 반복된 경험과 누적된 기억들이 공동체에 공유되며 생겨난 감정의 단편들을 보여준다.

성남시청의 이전 역시 구도심에 존재하던 주요 관청을 신도시로 옮김으로써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했을 터이다.[8] 뒤늦은 원도심 재생을 위해 지금 시행되고 있는 대책들이 이 좌절감과 분노의 감정이 잠재울 수 있을까? 태평동으로 조금 시야를 좁혀보면 현재 진행 중인 공간의 변화에 대한 주체들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로 들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근 원도심들과 바로 옆 태평 3동이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됨은 전면적인 개발을 원한 주민들에게는 앞서 신도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또다시 느끼게 했을 것이다. 현재 도시재생으로 선정된 태평2·4동은 주택 일부가 헐리고 커뮤니티센터, 소규모 녹지와 주차공간, 행복주택 등이 설립되고 있다. 개발사업에 대한 여러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좁은 도로와 주택간 공사로 인해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다. 현재 주민들이 호소하는 피로와 갈등은 앞서 살펴본 도시 역사의 경험들로 쌓인 지역 공동체 내의 공통의 기억과 인식으로 인해 분노와 불만의 감정으로 쉬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낮은 소속감과 혐오감정

「성남시 사회조사 보고서」(2019)에 따르면 현 거주지에 관한 소속감 설문에서 “전혀없다”의 비율이 태평동이 속한 수정구가 4%으로 경기도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소속감이 “매우있다”에서 분당구는 수정구와 중원구의 2.5배 정도 더 많은 비율을 보였다.[9] 즉 분당구에 비해 성남 원도심에서 현저히 낮은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다. 정주의식과 관련한 설문결과에서는 “고향같다”는 비율이 원도심과 분당구 사이에 큰 격차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성남 원도심에 관한 주민들의 생각을 다시금 확인해볼 수 있는 지표이다.

정주의식 및 현 거주지 소속감 통계자료


소속감(所屬感)이란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도시와 마을, 동네라는 지역 공동체에 개인이자 주체로서 연관되어 있다는 감각이자 어떤 관계로 도시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성남 원도심 그리고 태평동은 각자도생을 위한 공간으로 개인적 욕망과 생존이 더욱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경제적 가치로 이해관계가 엮인 특정한 몇 집단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지는 내부 갈등과 개별적인 삶으로 설계되는 도시의 공간배치로 공동체는 파편화된다. 주택 자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니 정주를 계획하지 않은/못한 주민들에게는 ‘이곳을 떠나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을 것이다.[10] 그리고 2020년 팬데믹은 공동체에서 집단을 가르는 갈등의 양상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경기도교육청-학교에서의 혐오표현 대응 안내 자료(2020)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난 6월에 낸 캠페인을 보면 교육현장에서 심각한 혐오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 혹은 다른 종교를 둔 이유로 시비를 걸거나 수업 참석금지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급증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 ‘혐오’의 감정은 성별, 나이, 외모, 인종, 직업을 막론하고 그 대상을 모욕, 멸시, 비하하는 등 사회적인 구별짓기로 범주화하려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감정은 인간이 지닌 유한성과 취약성을 은폐하거나 외면하고자 하는 사고를 바탕으로, 내적 갈등을 외부로 투사하여 주변화된 사람들을 그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이다.[11] 사회적인 문제와 이슈 앞에서 “구조적인 문제 보다는 개인이나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무언가을 비난하는 것이 더 쉽다.”[12] 이 도시에서 현재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의 양상들은 지역 공동체 내부에서 취약한 자들을 차별하고 서로가 서로를 잠재적인 적으로 여기도록 만든다.[13]


사라진 자리와 예술의 역할

거주지에 관한 소속감은 비록 낮을지라도 성남 원도심을 구성하는 개인들에게 이 도시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은 매우 강렬하다. 그만큼 삶의 터전으로서 이 공간이 주민들에게 중요한 대상이라는 증거다. 개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으로 똘똘 뭉쳤던 과거의 경험에서부터 개별화된 삶으로 점차 개발/변화해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곳. 골목과 동네의 장소들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지금의 상황은 그들에게 여러 감정을 남긴다. 어떤 이는 과거를 회상하며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들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상실감을 이야기했다.

  • 상실감(喪失感):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후의 느낌이나 감정 상태.

도시의 장소들은 주체들과 관계를 맺으며 “공간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지역과 커뮤니티 안에서 자발적으로 맡게 된 역할과 행위, 몫, 혹은 지분은 특정 장소에서 무형의 컨텐츠로 기능하며 ‘자리’를 만든다. 도시 개발의 논리로 인해 차곡하게 쌓이고 채워진 이 자리들은 한순간 삶에서 사라지는 상황은 상실감을 낳는다. 많은 도시에서 공간의 재생과 공동체의 활성화를 이유로 화단과 집 앞 골목 등 삶의 터전을 가꾸는 행위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주민들이 모이던 마을 어귀의 평상은 커뮤니티 센터로 대신하지만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동네를 구성하는 주민들 각자의 “지분”이자 “몫”은 누가 설정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주체들의 감정을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함으로써 그 감정의 기원이 되는 믿음을 변화시키는 것일 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성남 원도심과 태평동에 새겨진 무수히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바로 알고 그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만들어진 대상/상황에 대한 믿음과 판단에 관해 분석을 통해 타당성을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공동체 안에서 누적된 기억과 경험으로 인해 감정을 발생시키는 믿음이 과도하거나 판단이 왜곡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정에 담겨진 믿음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지 타고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감정은 주체의 고유한 경험이지만, 감정에 담긴 믿음이 타당한지 상호주관적으로 숙고할 수 있는 것이다.”[14] 또한 점차 파편화되고 개별화되는 삶에서 동정심이라는 감정이 필요하다. 이 감정을 통해 자신도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타인와 외집단, 그리고 공동체에서 ‘차이에의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이해심과 너그러움이 마련될 것이다.[15]



  • CITY CRACK #2 ‘도시를 만드는/도시로 만들어진 감정의 지형들’ 수록글 (2020)




[1] 본 글은 태평4동 마을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내용 전개 상 태평동으로만 한정 짓기 않는다. 태평동이 속해 있는 수정구로 대상을 확대하거나 신도시 분당과 비교하기 위해 중원구와 수정구를 묶어 성남 원도심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2]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의 감정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대상/상황에 대한 평가를 수반하며, 대상/싱황을 주체와의 관계 안에서 사소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말한다. 마사 누스바움(조계원역), 『혐오와 수치심: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Hiding from Humanity: Disgust, Shame, and the Law)』, 민음사, 2015(2004), p.55.

[3] 구릉지대의 황무지에 위치한 광주대단지는 기본적인 공공재인 교통, 상하수도시설, 전기, 교육 등 사회간접자본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이주를 강행하였다. 반 이상의 이주 빈민들이 분양증을 헐값에 매도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가거나 무허가 판잣집을 짖고 살았다. 『성남시사』, 성남시사편찬위원회, 2014.  


[4]  유일환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8.10 광주대단지사건을 기억하며」, 분당신문(2020. 5. 16.)

[5] 마사 누스바움, 위의 책, p.400, 512.

[6] 김순기, 「성남시 작년 12만 건 '전국 최다 민원' 몸살」, 경기일보(2019.03.28.); 전민정, 「이주와 정주의 과정에서 중첩된 주민들의 인식과 감정」, 시티크랙(CITY CRACK) vol.2 (2020) 재인용.

[7] 수정구는 단독·다가구 주택 비율이 75.5%로 다른 원도심인 중원구의 43.3%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이다(Ⅱ-6 행정구별 주택 유형). 지하 및 반지하 주거비율 역시 수정구가 21%로 분당구(3.1%)의 약 7배 정도의 수치를 보인다(Ⅱ-1. 행정구별 거주 층). 곰팡이·습기·환기가 가장 큰 건강 위협 요소로 나타난 응답(Ⅱ-13. 행정구별 주택 관련 건강위협요소)은 거주형태와 높은 관련성을 보여준다. 「성남시 주거실태보고서」, 2016.

[8] 2009년 성남시청 이전은 원도심과의 사이에는 자연 녹지 지역이 설정되어 있는 반면 분당으로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위치선정으로 원도심에서 분당 쪽으로 시청을 실질적으로 이전한 것이다. 김시덕, 『갈등도시: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열린책들, 2019, pp.445-447.

[9] ‘정주 의식 및 현 거주지 소속감’, 「성남시 사회조사 보고서」, 2019, p.55.

[10] 수정구의 자가 비율은 25.4%로 분당구 50.7%의 약 반정도이다. ‘Ⅱ-1. 행정구벌 주택 점유형태’, 「성남시 주거실태 보고서」, 2016

[11] 고현범, <누스바움의 혐오 회의론>, 『철학탐구』제43집, 05, 2016, pp.143-144.

[12] 박진영,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한국 사회의 혐오에 대하여」, 동아사이언스(2019. 9. 7.)

[13] 태평동이 속한 수정구는 다문화가구 및 가구원수가 성남시 전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이 인구들에 대한 더욱 면밀한 인식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통계는 다음에서 확인 가능하다. 경기도,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청인구총조사과; 「성남통계연보」(2018년 기준) 원시자료 재인용.

[14] 조계원, 「코로나19 시대의 사회적 감정: 마사 누스바움의 감정 이론을 중심으로」 세미나 중

[15] 누스바움은 마사 누스바움, 위의 책,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