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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Natural
- 곽이브 작업론
곽이브 작가는 공간을 다루는 다양한 조형방식을 실험함으로써 실재하는 공간과 대상의 관계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종이나 시멘트는 공간을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재료들이다. 선이 모이면 면이 되고 면이 모이면 입체적인 공간이 되듯, 평면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그의 공간은 실제 세계를 은유하고 있다. 형태나 과정의 누락 혹은 재료의 양가적 특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그 공간이 주는 다층적인 의미를 환기시키도록 한다.
건축의 기본 재료이자 단단하다고 인식되는 시멘트를 얇은 기둥형태의 주물로 떠 설치한 <배산임수> 시리즈는 2009년부터 시작한 작가의 주요 작품으로, 위태롭게 서있는 시멘트 구조를 통하여 현대인의 대표적 거주지인 아파트와 현대인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근작 <그림 같은 Picturesque>에서는 실재하는 도시 아파트의 평면도를 쌓아 올린 형태를 조각으로 제작하여 전시공간에 구현, 건축공간의 관념적 그림을 입체로 표현하였다. 또한 실제 시공된 아파트 바닥의 두께에 맞춰 구조물의 높이를 선정하여 마치 아파트 단지의 군집 같은 실루엣을 제시하였다. 한편 <자연스러운>, <원목>, <평상>(2012년) 작업은 나무무늬 장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자연의 모티프를 차용하여 도시의 인공적인 공간을 대체하는 오늘날의 경향과 현대인의 심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오늘날 도시적인 삶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자연이 소비되는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처럼 곽이브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거주하는 공간(따라서 많은 부분 도심의 아파트)과 건축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탐구가 근간을 이룬다.
이번 2014년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자연스러운 Natural’는 드로잉과 시멘트 및 합판을 이용한 공간개입 설치물 등으로 구성되어 그간 실험하였던 공간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2010년 쿤스트독 ‘공간드로잉- 들어가기 어려움’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4년 커먼센터에서의 개인전 ‘그림 같은 Picturesque’ 전시에 이르기까지, 이전 작업이 특정 건축공간을 대상으로 조형성에 집중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자체를 스테이지 위의 세계처럼 구조화하여 확장된 공간의 개념을 보여준다.
작가는 전시장 내부를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관람자의 시선을 근경, 중경, 원경으로 이끄는 장치를 두어 공간의 거리감을 획득하고 있다. 장판 나무무늬 드로잉은 1:1 스케일의 공간감을 제시하고, 전시장 한 가운데 위치한 아파트 군집의 시멘트 설치 작업은 실루엣과 높낮이의 차이가 보여주는 (도심의)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관조하도록한다. 한편 원경에 있는 하늘을 그린 페인팅은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창을 통하여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건축이라는 인공적 공간과 하늘이라는 자연의 공간,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