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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광장을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Squares?[1]
전례 없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2021년 2월 클럽하우스가 국내를 강타했다. 줌Zoom이나 행아웃Hangout 등 화상을 통해 회의를 이어가고 기존의 SNS로 서로의 안부를 묻지만 결코 충족될 수 없는 보다 친밀한 형태의 만남. 그것이 목소리라는 청각적인 매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시각적인 정보는 없지만 목소리의 울림을 통해 개별성에 더욱 접근하리라는 열망은 어느정도 해소되고 있는 듯 보인다. 클럽하우스는 누구에게는 보다 프라이빗한 살롱으로, 누구에게는 보다 퍼블릭한 광장으로 기능하며[2] 2021년 상반기에 우리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광장은 오래전부터 아고라agora, 플라자plaza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사람이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성을 지니고 있다. 여럿이 더불어 쉼과 놀이를 통해 소통하고 함께 있음을 체감하던 장소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셧다운shutdown은 비단 가게와 식당 등 실내공간 뿐만 아니라 공원과 광장, 놀이터와 같은 야외공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의 이동을 제재하는 락다운lockdown으로 이어지면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광장의 필요성은 클럽하우스와 같은 온라인 상으로 옮겨간 듯 보인다. 실제 물리적인 광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교류의 가능성을 대안적으로 찾고 싶은 열망을 담아서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공간을 활보하고 신체를 움직이며 타인과의 관계를 실제적으로 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일말의 전염 가능성을 모두 소거해 버림으로써 광장은 그 기능이 거세되고 우리의 정신건강은 훼손되고 있다.

감염병의 시대, 광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기 때문에 가기 꺼려지고 두려운 장소가 되었다. 그렇다고 영원히 야외활동 없이 집콕만을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안전한 “야외생활”을 고민하고 “건강한” 공공공간의 사용법을 권고해야 하는 시기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는 공원의 안전한 사용법에 대하여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서울숲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수칙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3] 미국 공영 라디오 NPR (National Public Radio)는 ‘(놀이)시설의 표면은 (호흡기관으로 인한 전염에 비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서 놀이터에서의 적절한 활동을 긍정하는 논평을 실은 바 있다.[4] 마스크를 쓰고 타인과의 일정 거리를 지키며 방문 후에 (20초 이상) 손을 깨끗이 닦는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안전하게 사람과 공간이 만나며 쉬고 즐길 수 있는 야외 공공공간은 다시 가능할 것인가? 공공예술프로젝트 ‘만아츠 만액츠’는 광장의 안전한 개방이라는 이슈를 <New Play, New Connection, New Normal>을 통해 제시해보고자 한다. 총 3개의 예술작업으로 구성된 본 프로젝트는 옥수고가 아래에 위치한 옥수광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 적합한 야외공간 활용과 대안적인 놀이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
Point Supreme Architects, ‘Circular Playground’
(2016)
옥수고가 프로젝트 현장
©만아츠 만액츠

프로젝트는 우선 광장을 ‘서큘러 플레이그라운드circular playground’라는 개념으로 접근해보기로 한다. 기존의 놀이터는 공간의 안쪽에 기능을 주로 비치하여 이용자들이 중앙을 중심으로 모이고 활동하도록 동선을 유도한다. 그러나 비대면 활동을 위한 새로운 광장은 기존의 놀이공간 구조에서 탈피하여, 각자가 (거리를 두고) 따로 놀면서도 동시에 함께 있다는 공동체 감각을 상기시키는 물리적 장소로서 기능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광장의 중심을 비워 두고 외부에 놀이와 쉼이 가능한 기능을 설치해 둔다는 역발상을 통해서 원형의 순환적인 공간을 제시해본다. 이 구조에서는 적정한 거리에서 이용자들 간의 시선이 서로 마주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따로 놀면서도 ‘함께 있음’의 감각을 제공한다.
아티스트 정크하우스가 제작한 6점의 1인용 개인공간 모듈 <옥수 안락>은 이러한 지점에서 서로의 존재가 감각되는 공간배치를 설정하였다. 각각의 유닛은 잠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야외벤치의 개념을 차용하는 대신 개인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획하여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였다. 철제 프레임으로 구성된 개인용 공간은 스트링을 활용한 펜스로 구분되어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주면서도 물리적으로 통풍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각각의 모듈이 단독으로 설치되는 경우도 있으나 2인과 3인이 일정 거리를 두고 함께 자리하도록 배치되기도 한다. 이로써 동행인들 사이에서도 “안전한” 대화가 용이하도록 하였다.

정크하우스 <옥수안락OKSU COMFORT> ©만아츠 만액츠
한편 오픈 스페이스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몸과 마음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고 활동적인 상태를 만들어주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다중이 모이는 공공공간으로 진입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동네의 오픈 스페이스에서 사람들이 덜 모이는 시간대에 잠시나마 들려보는 것.[5] 그리고 신체를 보다 움직여볼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 아티스트 젤리장&태슬남의 <무브 모어>는 주민들에게 익숙한 옥수광장을 새롭게 변신시킬 51개의 목재 모듈을 설치한다. 주민들은 모듈 사이를 요리조리 공간을 활보하며 집 앞 광장을 산책해 볼 수 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는 것이 아니기에 주말이나 휴일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간대를 피하기도 용이하다. 점심 먹고서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시간 때나 저녁 시간 때에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 모듈들은 그 위치가 주기적으로 변함으로써 광장의 동선이 다채로워진다. 40일마다 바뀌는 동선으로 옥수광장은 주민들에게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것이다. 지루할 틈이 없이 이 곳에서의 짧은 산책은 여러모로 활력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일년에 한 두번 국내외 여행을 하던 일상에서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극적인 변화와 축소된 공간 앞에서 우리는 심리적인 단절과 고립을 경험하고, 신체 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곳저곳을 자유로이 이동하는 대신에 벤치 한 켠이나 좁은 방 안에서 여행과 해방에의 간절함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다리 밑 신기루>의 아티스트 주혜영&베일리홍은 팬데믹으로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자유로운 이동과 경험을 갈구하던 일상을 안무와 사운드로 담아낸다. 광장 곳곳에 숨겨진 QR코드로 연결된 영상은 보는 이에게 우리의 염원과 현실을 위트있게 드러내는 동시에 잠시나마 스트레칭하기를 제안한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들에게 오픈 스페이스, 광장이나 공원은 더 이상 위험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안전한 공공공간 사용법을 고민하면서 건강한 쉼과 놀이의 공간으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이 여전히 아득한 현 상황에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해 만아츠 만액츠가 옥수고가 프로젝트를 통해 내놓은 응답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1] 1962년 미국의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의 연극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제목으로, 2010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박기원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공간에 주목한 전시의 제목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Museums?>으로 차용한 바 있다.
[2] <클럽하우스는 광장인가 살롱인가> 시사인 703호, 2021.02.026.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043]
[3]https://www.greentrust.or.kr/archives/37311
[4]Coronavirus FAQs: Are Playgrounds Too Risky? Do I Need A Mask For Outdoor Exercise? (2020. 12. 4.) [미국 공영 라디오 NPR 웹사이트 https://www.npr.org/sections/goatsandsoda/2020/12/04/943252636/coronavirus-faqs-are-playgrounds-too-risky-do-i-need-a-mask-for-outdoor-exercise]
[5]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공원과 야외공간 활용에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대에 가기를 권고한다.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daily-life-coping/visitor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