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1
태평 빈집 프로젝트

태평동 빈집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사라지지 않는 1>은 지역에서 삶을 만들고 동네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존재를 장소에서 발견하고, 현재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의 가능성을 고민해보고자 기획되었다. 1960년대 후반 국가가 주도하는 도시개발계획으로 만들어진 이후, 이곳은 누적된 시간들과 개인의 흔적들을 그 어느 지역보다도 잘 간직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팍팍한 삶을 감내해낸 무수한 개인들이 있을 터이고, 하루를 살아낸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널려 있다. 총 12팀의 예술가가 참여한 본 프로젝트는 장소특정적 설치작업과 퍼포먼스, 사운드, 사진 및 영상, 커뮤니티 기반의 프로젝트 등이 지역의 총 8공간에서 전시된다. 이 작업들은 지역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슈인 이주(移住)와 정주(定住),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이 지니는 위상에 관해 사유해보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소와 시간을 기록하고, 예술의 개입으로 지역사회와 주민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다.

@태평4동 2591번지 ⓒ성남문화재단(사진: 이현석)

@태평4동 197번지 ⓒ성남문화재단 (사진: 이현석)
삶과 예술이 만나는 빈집, 그리고 옥상
김달 작가는 신흥동과 태평동을 포함한 수정구 일대를 카메라로 꼼꼼히 기록한 사진 아카이브 <낮과 수정구의 밤>을 선보인다. 구릉지 위 용적률 기준에도 못미치는 빡빡한 간격의 20평 집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풍경을 통해 지역의 역사를 드러낸다. ‘광주 대단지 사건’을 그림책 방식으로 재현한 김달·박승예 프로젝트 팀의 <스무 발자국>은성남 원도심 생성의 역사를 기록하고 오늘날의 삶을 반추하고자 한다. 이창훈 작가의 <무의미의 의미>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에 주목하여 이제 곧 철거될 예정인 빈집에서 도배라는 일종의 제의 과정을 진행하고 기록한다. 이로써 작가는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 너머 거주에 관한 인간의 본성에 접근하고자 한다. 박혜수 작가의 사운드 및 설치작업과 배민경 작가의 퍼포먼스로 구성된 <어둠속에 부르는 노래>는 어떠한 이유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에 관한 작품이다. 거대담론과 역사에서 깎여나간 나머지들,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지역사회의 많은 주체들과 그들의 지워진 목소리들을 연상시킨다.

@태평4동 197번지 ⓒ성남문화재단 (사진: 이현석)

@태평4동 211번지 ⓒ성남문화재단

구릉지를 따라 층층이 보이는 네모난 옥상들은 그 위에 펼쳐진 다양한 삶들이 한눈에 보이기에 이 지역에서 매우 특수한 장소성을 지닌다. 송주원(일일댄스프로젝트) 작가의 영상작업 <나는 사자다>는 3세대를 거쳐온 가족의 역사를 통해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국가의 욕망과 사회적 잣대의 폭력 속에 살아내고 지켜낸(지키고 싶었던) 각자의 삶, 그 흔적을 길과 옥상 위에서 따라가본다. 성유진 작가는 옥상을 지도로 만든 <마이크로히스토리맵>과 더불어 주민들의 오래된 사진을 수집하는 프로젝트 <기억수집>을 선보인다. 사진을 매개로 주민에게 말걸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대화와 이미지들을 통해 지역 삶의 단편들을 아카이빙 한다. 한편 허수빈 작가는 식물재배, 옥상다리 연결하기 등 옥상에서의 문화공간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고안된 개인 프로젝트 <우리 옥상>의 워크숍을 진행한다.

@태평4동 1546번지 ⓒ 성남문화재단 (사진: 이현석)
삶에 개입하고 주민을 만나는 예술
한편 이원호 작가x가천프로젝트팀(감기배, 김나윤, 김지유,김진명, 김성현, 김태환, 이병우, 이준호)의 <태평프로젝트>는 옥상에 설치된 모스부호 라이트 작업 ‘태평등대’와 물물교환으로 수집한 주민들의 물건들로 정원을 조성하는 실내 설치작업 ’태평화원’을 선보인다. 또한 주민의 기억에 담긴 집을 그려보는 ‘집 초상화’ 아카이빙을 통해 주거에 관한 개인성에 기반한 공동의 정서를 확인한다. 아라크네(김잔디, 박성진, 이계원)의 <해를 파는 가게>는 지역민에게 ‘새로 이사 온 이웃’으로서 일종의 ‘집알이(갓 이사한 집이나 신혼집을 인사 겸 구경삼아 찾아보는 일)’ 활동과 물물교환을 병행함으로써 관계맺기를 시도한다. 서해영 작가의 <빈집살이> 역시 동네에 체류하면서 “티나지 않게”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것을 목표로, 미시적 관점의 개입과 관계맺기를 다양한 매체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태평4동 1546번지 ⓒ성남문화재단 (사진: 이현석)

@태평4동 211번지 ⓒ성남문화재단 (사진: 이현석)
<2019 나의 태평-사라지지않는 1: 태평 1709번지>는 박성진 작가의 상상력과 특정 장소에의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텍스트를 재구성하고 소책자 배포 및 공간설치로 구성된다. 박양빈 작가는 빈집에서의 지난 삶의 흔적과 작가의 사적 삶이 혼재되는 설치작업 <Renewal: 재개> 및 지역에서 발견한 장소, 구조물, 사이트 등을 기록, 관찰 및 상상을 통해 재구성한 일종의 예술로서의 지도인 <The Map of Shinheung>을 빌보드 형식으로 전시한다. 이 밖에도 주민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애니메이션 상영과 오케스트라 공연, 음식나눔으로 구성된 <골목 누워 영화제>를 개최하여, 골목의 언덕과 옥상에서 영화와 더불어 동네 풍경을 ‘새로이’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예술과 더불어 지역주민과의 접점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한다.

@태평4동 2591번지 ⓒ성남문화재단 (사진: 이현석)

- 일정: 2019년 6월 14일 - 23일 오후 12시-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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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 197번지 일대 (빈집 6채, 창작소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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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김달·박승예 프로젝트팀, 김달, 박성진, 박양빈, 박혜수x배민경, 서해영, 성유진, 송주원(일일댄스프로젝트), 아라크네, 이원호x가천프로젝트팀, 이창훈, 허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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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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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토리얼 어시스턴트: 박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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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성남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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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성남공공예술창작소, 성남시도시재생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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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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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주신 곳 : 만아츠 만액츠
- 디자인: 나이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