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a Kyoungmi Lee
이경미

  

CITY CRACK

    코로나19가 남기고 간 질문. 2022     
    ︎︎︎왜, 지금, 혐오와 이주인가? (Text)    
    1인을 위한 테이블, 함께에 관한 물음들. 2021
    ︎︎︎적절한 간격들, 1인분의 삶. (Text)   
    도시를 만드는/도시로 만들어진 감정의 지형들. 2020
    ︎︎︎주체와 자리, 새겨진 감정들. (Text)  
    가상의 음식지형과 도시의 틈새들. 2019
    ︎︎︎1인 미디어에서의 먹기와 음식지형들. (Text)  
    ︎︎︎비통제의 플랫폼, 고가하부와 1인 미디어. (Text)


PUBLIC PUBLIC
    2045 거주(불)가능도시. 2024
    ︎︎︎ 에너지학교. (Seminar)    
    ︎︎︎ 새들을 위한 기념비. (Workshop)
    ︎︎︎ 일렉트립. (Local Trip)    
   신흥동 표류기 Records of Drift in Shinheung. 2023
   Document the Undocumented. 2022
   소멸지역 피칭데이. 2022
  

점점점 프레스 Gemgemgem Press
    박혜수 비평집. 2024
    ︎︎︎질문하는 사람. (Web page)
    ︎︎︎A Questioner. (Web page)
    로컬 매거진. 2024-


10000 ARTS 10000 ACTS

    ?THE NEXT!. 2022-23
    New Play, New Connection, New Normal. 2020-21
    ︎︎︎누가 광장을 두려워하랴? (Text)   
    ︎︎︎고립된 서사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법. (Text)
    ︎︎︎당신의 마음을 방역해 드립니다. (Text)   
    ︎︎︎포럼: 공공에서 공감으로. (Video)
    ︎︎︎아카이빙 북. (Publication)
    Playful - 고가아래 신나는 예술놀이터. 2019
    ︎︎︎해방된 놀이의 예술. (Text)
    옥수역 고가아래 공공예술 Playful. 2018
    ︎︎︎경험으로서의 예술: 골목에서 고가하부까지. (Text)  
    성수동 골목에서 즐기는 공공미술. 2017


토론극장: 우리_들 Forum Thatre: URI

    여기, 관객들이 있다. 2020 (Text)
    출판물 <토론극장: 우리-들>. 2020 (Publication)
    토론극장 2021 리뷰. 2021 (Video) 
    토론극장 9-10막. 2022 (Project)


금천아티스트랩 Geumcheon Artist Lab

    14인의 목소리 14 Voices from Here. 2022
    ︎︎︎만남과 대화가 만들어내는 예술. 2022 (Text)
    ︎︎︎이들이 금천이다. 2022 (Video)
    계란후라이, 선홍빛, 나, 골드베르크. 2021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 2021 (Text)
    ︎︎︎웨비나-토크 프로그램. 2021 (Video) 
    금천아티스트랩. 2021-2022 (Website)


작은 테이블과 큰 물음들 Small Table, Big Question

    작은 테이블과 큰 물음들. 2020-2021 (Website)
    참여 기획전<TranstopiaⅠ>. 2021 (Video)
    성남 원도심과 개인을 가로지르는 것들. 2021 (Text)


사라지지 않는 1

    태평 빈집 프로젝트. 2019 (Exhibition)
    성남 원도심을 만들어 온 개인들을 찾아서. 2019 (Text)
    국제 학술지 리뷰 <Public Art 公共艺术>. 2021 (Text)


하얀 벽의 고백 Voices from the Walls
     전시 구성. 2023 (Exhibition)
     전시 서문. 2023 (Text)


TEXT

    횡단하는 천川으로 땅의 도시를 감각한다는 것. 2023  
    도시의 미래를 '지금 여기'의 삶으로. 2023
    얽힘의 장면들. 2023
    몸의 좌표에서 해방되는 과정의 예술. 2023
    미미한 것들의 이름을 찾는 여정. 2023
    비행기 소리의 소리의 소리: 소리에 체화된 기억. 2023
    공공예술을 말할 때 이야기 하지 않는 것들. 2022
    식탁 위의 예술 Art on the Table. 2022
    창발하는 순간들을 조우하며. 2022
    미래도시를 잉태하는 장소로서의 건축적 공간. 2021    
    다른 존재 되어 보기. 2021    
    인간과 기계, 공진화하는 주체들. 2021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2021
    불완전한 감각의 공간. 2020 
    새로운 ‘모뉴먼트’를 향하여. 2020 
    의미가 있던 자리. 2020 
    당신의 상상을 품은 달. 2020
    비가시적인 삶들이 조우하는 소리의 풍경. 2020
    실험의 공간, ‘유리-거울’ 건축. 2018
    맥락이 지워진 공간에 대한 탐색. 2016
    그것은 나타나지 않을 것. 2016
    좀 더 어두운 숲 A bit more darker forest. 2016
    시간의 향기 The Scent of Time. 2014    
    바람 불면 When the wind blows. 2014 
    자연스러운 Natural. 2014 
    발견하는 사람, 예술가. 2011
    도시적 공간에 대한 오마주. 2011
    The Simple Life Part 2. Pastoralism. 2011
    A Pictorial Scene. 2011


UPCOMING

    이주, 혐오, 코로나, 서울, 암스테르담. 2022- (Project)
    질문하는 사람 - 박혜수 비평집 발간. 2022-2024 (Publication)
    CITY CRACK #5. 2023 (Publication)
 

ABOUT 

Copyright © 2021-2024, Mia Kyoungmi Lee, All rights reserved.



Mark

CITY CRACK
비통제의 플랫폼, 고가하부와 1인 미디어
An Uncontrolled Platform, the Bottom of the Overpass and Personal Media



자본의 재생산과 이윤의 장소로 경제화되고 기능화된 도시에서 공간은 르페브르(Henri Lefèbvre)가 말한 것처럼 추상화되고 도구화되었다. 배치가 끝난 공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란 행정기관과 기업의 통제 및 제약 안에서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의 다른 공간들, 소위 ‘틈’이라고 부르는 물리적이면서 의미상으로 도시 ‘바깥’의, 즉 체제 바깥의 공간에 주목하고자 한다. 옥상, 골목, 고가하부 등은 특정 기능에서 배제된 체제 바깥의 공간, 자본가인 이용자들의 통제와 이윤의 장소로 기능하는 공간 밖의 공간이기에 잠재성을 가진 공간이다.[1]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과 차별화된 1인 미디어는 개방과 참여를 통해 콘텐츠를 수급하고 이용하도록 하는 ‘비통제 플랫폼’을 지향한다. 통제의 이면에 위치한 장소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근대화의 산물, 고가도로와 그 아래의 공간

최대의 효율성을 지향하는 도시계획의 관점은 통행량을 분산시키고 장소끼리의 접근성을 높이는 도로의 형태, 즉 고가도로(高架道路, overpass)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공중에 구조물을 설치하여 그 위에 입체적으로 조성한 도로“로서 고가도로는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0-80년대에 묵직한 콘크리트 덩어리이자 근대건축 및 교통기술을 드러내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고가도로의 노후화, 도시미관의 문제, 교통흐름 방해 및 지하철 건설공사 장애 등의 이유로 고가도로 존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고가차도보다는 지하차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철거의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2]

광주광역시의 고가도로  (출처: 나무위키 2019.11.17. 업데이트)


한편 그 아래 고가하부 공간은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도시재생을 통해 도심 속 유휴공간의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서울 시내 고가하부 공간은 총 196곳인데 대부분 창고나 주차장, 간이 사무실 등으로 쓰이고 있으며, 아예 방치된 곳도 많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서울 고가도로 하부공간 중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한다.[3] 이 공간은 대체로 일조량이 부족하여 어두우며 구조체에 의해 건너편 지역과 시각적 단절로 인해 섬이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잉여적 공간은 구조적 유희성과 시설의 결합으로 이색공간이나 새로운 공간 정체성 형성의 가능성이 있고, 환경 개선을 통한 공적 공간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4]


통제에서 벗어나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들, 고가하부와 1인 미디어

고가하부는 도시계획이라는 적극적인 개입으로 만들어진 상부의 도로와는 달리 기능과 역할 없이 방치되고 배제된 공간이다. 자본의 재생산과 이윤의 장소로 경제화되고 기능화된 도시에서 벗어난 다른 공간들, 소위 ‘틈’이라고 부르는 물리적이면서 의미상으로 도시 ‘바깥’, 즉 체제 바깥의 공간으로, 통제와 이윤의 장소로 기능하는 공간 밖의 공간이기에 잠재성을 가진 공간이다.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온라인상의 공공장소라 할 수 있는 1인 미디어는 기존 지상파 TV의 독점적 미디어 지형 아래 구축된 통제를 약화함으로써 고정적 시청 패턴을 파괴한다.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에서는 플랫폼이 콘텐츠 생산과 수직적으로 계열화되어 있거나 최소한 플랫폼 사업자가 유통할 콘텐츠를 선별한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은 개방과 참여를 통해 콘텐츠를 수급하고 이용하도록 하는 ‘비통제 플랫폼’을 지향한다.[5] 따라서 ‘파편화된 동시 시청(fragmented co-viewing)’이라는 새로운 시청 패턴을 노정하고 있는데, ‘능동적 수용자(active audience)’에서 진화한 ‘네트워크된 개인 시청자(networked individual viewers)’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청자의 탄생을 제안한다.[6]

“이윤지향적 이용의 논리, 동질화의 목표, (도시)공간의 통제”라는 맥락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지닌 이 공간들은 새로운 장소적 경험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성,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관계맺음의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견고한 체제와 경제논리의 틈을 파고들며, 대중이 서로 만나 비상업적 상호작용을 통한 체험의 ‘순간들’을 제시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순간들은 ‘인기 있는 스펙터클, 거리 시위, 폭동’과 같이 그 공간을 생산했던 사회적 관계들과 장소의 전용이 끝나면 사라지는 일시성을 지니며[7] 다양한 장소로의 전유가 가능한 유연성을 지닌 공간이다.


연결과 단절의 경계 공간


남광주사거리 고가도로 지도 스카이뷰


기본적으로 고가하부는 연결과 단절의 이중적 공간이다. 지역과 지역 사이를 잇는 효율성을 근간으로 하지만, 하부의 공간은 주변의 기능적 장소에서 단절된 섬이자 이들을 연결하는 매개적 장소이다. 남광주사거리에 위치한 고가는 아이파크아파트 단지와 조선대학병원, 남광주시장을 잇는 교통량이 많은 사거리 교차로에 위치하며, 양쪽 4차선 도로 가운데 횡단보도를 통해 가로지를 수 있는 구조를 지닌다. 주거와 병원, 장례식장과 시장 등 삶의 요소들이 모여있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스쳐 다른 의미의 장소들로 이동하는 길목으로서 고가하부를 경험한다. 이 장소는 ‘사이에 있는 것’이라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리좀(rhizome)을 분석한 연구자의 해석과 맞닿아있다. ““리좀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고 사이-존재이고 간주곡이다.” 이 사이 공간에서 상황을 급진적으로 재조직되도록 만드는 근본적인 공백이 출현한다. 사이지대에 위치한다는 것, 즉 이런저런 주체성에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선택지에 머무는 대신 이중성을 가지고 그것들 사이의 ‘경계’에 위치함으로써, 주체는 그런 선택지들을 분할하는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다(김수환, 2009: 신지은, 2010에서 재인용)."[8] 1인 미디어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연결을 형성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익명성을 기반으로한 연약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생산자와 수용자가 전복되기도 하고 관계가 재정립되기도 한다. "유기적인 전체성의 관념이 흩어진" 장소에서 새로운 관계맺음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카입의 작업안 <연결의 하부>는 경계의 자리에 위치한 고가하부에 주목하여, '거울뉴런'이라는 신경과학의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1인 미디어에서의 개인 간의 연결에 대해 사유한다. 타인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모방과 공감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상에서 이뤄진 약한 연결, 임의적이고 휘발적인 관계들은 고가하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대중들의 만남으로 치환된다. 작업은 고가하부의 실제 공간과 전시장 내부의 관객을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오늘날 개인들과 장소를 연결하는 1인 미디어의 언어를 시각화한다. “타인의 행동과 정서를 거울처럼 반영하여 우리 경험의 일부처럼 느끼”도록 고가하부와 전시장 내부를 비추는 영상을 통해 서로를 비춘다. 장소와 장소의 연결이라는 기본적인 고가도로의 속성에 네트워크화된 개인들이 서로를 인지하도록 한다. 그러나 추상화된 사운드와 두 공간이 병치된 제3의 공간 이미지를 새롭게 생성하면서 네트워크의 연결로 재구성되는 새로운 관계들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정체성의 공간

남광주사거리 고가하부는 횡단보도로 사용되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펜스로 막혀있는데, 이곳은 대체로 어둡고 비워진 상태이며, 사람들이 정체하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목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다. 위치상으로는 역세권 입지형에 가깝지만 도시재생을 위한 건축 등 일정한 정체성을 부여하여 활용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공간의 너비가 작고 체류할만한 안정성이 낮은 비정기적인 형태를 지닌다. 오히려 이곳은 마르크 오제(Marc Augé)가 언급한 현대사회의 특징인 ‘비-장소(non-place)’로서, 사람들과의 사회적인 상호관계성을 보여주는 곳이자 역사적인 의미를 공유하는 전통적인 장소와는 달리, 공항, 전철역, 버스정류장과 전화기 부스처럼 특정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가 부재하고, 장소에 얽힌 정체성이 차단된 일시적이고 덧없는 공간에 가깝다.[9]

홍콩 센트럴지구 홍콩상하이은행(HSBC) 입구에 모여있는 필리핀 가정부들 출처 : 양창모 특파원, ”홍콩에 그들이 몸 누일 땅은 없다“ 한겨레21 (2010.10.20.)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비워진’ 장소들은 통제에서 벗어나 계획되지 않은 활동들과 비공식적인 커뮤니티들에 개방될 여지를 보여준다. 마치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에서 홍콩으로 건너간 가정부들은 주말마다 교각 아래나 필로티, 주차장, 공원을 점거하며 그들만의 일시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례와 같이, 이 장소들은 일종의 ‘일탈의 장소들’로서의 가능성을 지닌다. 지배하는 문화에 의해 활용되지 못하는 공간들과 비주류(소수) 그룹의 임시적인 공간들로 말이다.[10] 1인 미디어 역시 성소수자나 암환우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소통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위문화가 지닌 일탈의 정체성을 일시적으로 공유한다.

오로민경의 작업안 <투명한 만찬-식탁과 혁명>은 1인 미디어의 ASMR 방식을 차용하여 오늘날 먹는 행위가 지닌 사회·정치적인 함의를 (여성으로서의) 개인들의 삶에 관한 태도를 기반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먹방’에서, 그리고 식탁에서 음식을 매개로 이뤄지는 수많은 관계들의 속성에 대해 미시적인 접근으로 관찰하고 이를 음식 조리와 씹는 소리, 그리고 개인의 목소리를 담은 사운드 작업으로 해석한다. 고가하부의 진동과 소음 속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사운드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에 관한 사유로 이어진다. 또한 사운드의 내밀하고도 치유적인 속성을 사운드 진동에의 스킨쉽 과정으로 담은 설치작업으로 치환하여 실내 공간에서 제시한다.

비슷한 지점에서 근대화의 상징인 고가도로 하부의 방치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정체성에 관한 작업으로 발리 엑스포트(Valie Export)가 제작한 <투명한 큐브(Transparent Cube)>(2004)가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슬럼화된 동네의 산업용 기차가 지나가는 고가 아래 위치한 큐브 안에는 매춘부 여성들의 이미지가 자기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서 보여지며, 유리큐브 방문자 역시 외부에서 “보이는” 위치가 된다는 새로운 시각적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남성으로 대변되는 방문자의 지위를 이미지 상의 여성과 같은 자리로 보낸다.[11]


발리 엑스포트, <투명한 큐브>(2004), 유리, 철, 오스트리아 빈


주체적인 개인의 장소, 일상의 틈새

우리가 마주하는 도시의 일상이 얼마나 전복적이며 정치적인지 깨닫기는 쉽지 않다. 기능들로 배치된 공간, 동질화된 관료제의 공간 대신에 지금껏 이야기한 고가하부의 방치된 장소들이나 골목의 귀퉁이, 동네의 어떤 집 앞 등 “상상력이 삽입되는 공간은 인간이 일차적이고 주관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일상의 공간이다.“ 장소들에서 비롯되는 경험들과 “영토와 연결되어 있는 정감은 현재를 사는 하나의 방식이다”(김무경, 2007: 90).[12] 마페졸리(Michel Maffesoli)에 따르면 체험되는 현재는 전복적이기 때문에, 권력은 그것을 단편 시퀀스들로 나누어서 지배하고 재단하고 조직하고 질서를 만드는 것을 시급한 목표로 한다(신지은, 2010).[13] 따라서 ‘도시 유휴공간의 활용’이라는 관료적인 접근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일상의 장소들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는 “정치적 주체의 장소는 틈새 혹은 균열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도시의 일상적인 장소들에서 틈새와 균열을 찾는 것, 그 안에서 라벨링 되지 않은 의미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들을 넣어보면서 몫 없는 개인들이 정치적인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도하는 것. 이미 자본에 의해 많은 부분 잠식당한 1인 미디어이지만,[14] 개인이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과 개인들 간의 능동적이고 쌍방향적인 소통방식과 관계맺음, 그리고 언제든 어디서든 접속 가능함이 주는 일상과의 연결성은 오늘날의 도시적인 삶과 장소들 안에서 “사이에-있음(être-entre)”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 CITY CRACK#1 ‘가상의 음식지형과 도시의 틈새들’ 수록글 (2019)





[1] 이경미, 「경험으로서의 예술 : 서울숲길에서 옥수역 고가하부까지」, <도래할 공간, 예술활동을 통한 유휴공간의 예술적 활용-2018 PLAYFUL> (2018년 만아츠 만액츠 포럼)

[2] 2004년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실시로 인해 고가도로와의 비호환성은 궁극적으로 교통흐름과 배치되는 현상을 낳는다. 한편, 광주광역시에서는 1989년 건설된 백운고가의 철거가 예정되어 있으며, 대신 밑으로 970m, 폭 8.25m(2차선) 규모의 지하차도가 건설되는 한편 도시철도 2호선도 공사예정이다.

[3] 김수현, ”방치된 고가(高架) 하부,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서울시 이달 시범사업 착수“ 조선비즈 (2016. 05. 04.)

[4] 김지영, 유진형, 김철주, 「도시재생 관점에서 바라보는 유휴공간의 활성화 방향 연구-고가도로 하부공간을 중심으로」.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8, 1(23) (2013), p.77. [<표 3> 고가도로 하부공간 환경 및 잠재적 환경]

[5] 김지영, 유진형, 김철주, 「도시재생 관점에서 바라보는 유휴공간의 활성화 방향 연구-고가도로 하부공간을 중심으로」.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8, 1(23) (2013), p.77. [<표 3> 고가도로 하부공간 환경 및 잠재적 환경]

[6] 안진, 최영,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공동체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방송학보』 30(2) (2016), p.21.

[7] 이 공간은 르페브르가 『공간의 생산(The Production of Space)』(1974)에서 언급한 공간의 세 가지 양상 중 ‘재현된 공간’과 흡사하다. ‘재현된 공간’은 거주민들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생동하며 점거되고 변형되는 곳이며, ‘공간적 실천’은 자연환경과 같이 물리적 공간들이 생산되는 과정으로, ‘공간의 재현’은 일종의 ‘인식론상의 공간’으로서 공간에 관한 우리 지식의 조직이다. Michiel Dehaene and Lieven De Cauter, eds., “Heterotopia in a Postcivil Society,” p.4.

[8] 신지은, 「일상의 탈중심적 시공간 구조에 대하여」. 『한국사회학』 44, 2 (2010), p.24.

[9] 오제는 그의 저서 『비-장소: 슈퍼모더니티의 인류학 개론(Non-Places: An Introduction to Anthropology of Supermodernity)』(1995)에서 ‘비-장소(non-place)’와 ‘장소(place)’를 비교하며, 슈퍼모던한 현대에 이르면 ‘비-장소(non-places)’가 대두된다고 분석하였다. 비장소의 이용자들은 장소와의 일종의 계약 관계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규정받는다. 일시적으로 기존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한 공간에서 타인들과 유사한 정체성을 공유하게 된다. Marc Augé, Non-Places: An Introduction to Supermodernity, Translated by John Howe (London and New York: Verso, 2009(1995)), pp.102-103.

[10] Gil Doron, “Heterotopia and the ‘Dead Zone’,” Dehaene, Michiel, and Lieven De Cauter. eds., Heterotopia and the City: Public Space in a Postcivil Society. Routledge. 2008, p.207.

[11] 발리 엑스포트의 <투명한 큐브> 작업은 동시대 사회적 건축물이자 행동방식의 건축인 동시에, 도시적 경험의 젠더화된 기념비로 평가된다. 이경미,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공간을 구현하는 ‘거울-유리 건축’ 연구」, 석사학위논문, 홍익대학교, 2017, pp.76-78.

[12] 신지은, 「일상의 탈중심적 시공간 구조에 대하여」. 『한국사회학』 44, 2 (2010), p.19.

[13] Ibid., p.15.

[14] 1인 미디어에서의 생산자는 유투버,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로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국내 대표적인 MCN(Multi Channel Network)인 다이아TV가 2018년 현재 약 1,400여 팀의 크리에이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총 구독자 수는 1억 6000만명에 이른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산업적인 측면에 대한 논의는 논외로 두었지만 추후 추가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